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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1-02 01:23
미국의 시험 문화, 이대로 지속돼도 좋은가 ? TOEFL, SAT...
 글쓴이 : aaa유학원
조회 : 2,513  
미국의 시험 문화, 이대로 지속돼도 좋은가 ?




미국인들 유럽에 비해 지능 평가에 지나치게 매혹돼 있어




 


워싱턴 포스트 10월 10일자에 따르면 미국을 지배하는 시험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시험 문화(Testing Culture)란 말 그대로 시험을 보는 방식뿐만 아니라 시험 점수로 한 개인의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심리적, 정신적인 성향을 포괄하는 표현입니다.

어린아이가 기저귀를 벗어던지자마자 시험 보는 법을 배워야 하는 나라. 미국은 그야말로 시험 점수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나라(Test Nation)가 되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시험 결과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시험 하나가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입학, 취업과 연봉, 혹은 직위를 결정합니다.

3-4세 어린이들은 프리스쿨에 들어가서부터 스펠링 테스트를 보고 사지선다형 문제지에 맞는 답을 찾아 표시하는 법을 배웁니다. 시간이 지나면 읽고 쓰는 능력과 수학 능력 시험도 봅니다. 학교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이른바 Head Start 프로그램입니다. Kindergarten에 들어가서는 누가 더 똑똑한지(Talented or Gifted)를 판단하는 테스트를 보게 됩니다. Kindergarten에 들어간 다음해부터는 평준화 시험(Standardized Test)을 치릅니다. 이때부터 끝없이 돌고 도는 시험의 물레방아 위에 터 잡고 살게 되는 것입니다.  

시험 옹호론자들은 각종 평준화 시험은 학생들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또한 교사와 학교에 책임을 지우는 가장 정당한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에 반대론자들은 시험은 한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시험 치르는 능력이 조금 더 우수하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입증해주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비판의 요지는 시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험의 가치가 과대하게 평가되어 마치 숭배의 대상처럼 된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사들이 무언가 좀 더 본질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시험에 통과하는 훈련만 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치르는 시험이 결코 개인의 특성도, 가치관이나 삶에 대한 태도도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험에 시달리는 학생들이나 시험 반대론자들은 “시험은 특정한 상황 하에서 지극히 협소한 것들만 평가하지만, 실제 생활은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시험 자체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서 시험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도 문제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치르는 표준 시험의 빈도수에 대해서 교사들은 학부모나 학교 운영자들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이 너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교사들의 71%, 학부모들의 17%, 교육감들의 59%, 교장들의 58%가 너무 많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에 너무 적다고 응답한 수는 교사 1%, 학부모 10%, 교육감 1%, 교장 2%였으며, 적당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교사 27%, 학부모 54%, 교육감 39%, 교장 38%였습니다.

시험이 완전히 사라자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시험 문화가 여러 측면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듯합니다. 몇몇 학자들은 지능 테스트에 의해 평가되는 능력에 대한 편협한 견해에 강력하게 대항해 왔습니다. 많은 교사(교수)들도 평준화 시험에 대한 새롭고 신뢰할 만한 대안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습니다. 그 대안 중의 하나가 이른바 ‘수행 평갗(Performance Assessment)라는 것입니다. 이 수행 평가 옹호론자들은 학교가 학생들이 얼마나 시험을 잘 보는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근 시험 반대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시험들이 타당성, 공정성, 효용성의 측면에서 학생들의 능력에 대한 지나치게 부정확하고 편견어린 평가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첫째는 타당성(Validity)의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평준화 시험이 개인의 성취 능력을 예견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GRE(Graduate Record Exam)가 학생들이 대학원 과정에서 이뤄내는 실제적인 성과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는 많습니다. SAT 역시 경우는 마찬가지입니다. GRE나 SAT 점수가 낮은 학생들 중에 실제 학업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더욱이 이런 시험 점수들이 직장에서 보여주는 능력과는 더더욱 관계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높은 시험 점수를 받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실제 생활에서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공정성(Fairness)의 문제입니다. 평준화 시험 점수는 대체로 학생의 사회경제적 수준과 높은 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개 높은 시험 점수를 받는 학생들은 교육 수준과 수입이 높은 부모를 두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볼보 효과(Volvo Effect)라고 부릅니다. 데이터에 의하면 부모가 어떤 차를 몰고 다니는가, 어떤 학위를 가지고 있는가와 학생의 점수와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셋째는 효용성(Efficiency)의 문제입니다. 평준화 시험은 수동적이고 피상적인 학습을 조장하고, 교육기관들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몰고 가며, 의미 있는 교육 개혁의 행보에 장애가 된다는 것입니다. 현행 시험제도는 주로 누가 빨리 문제를 푸는가를 측정하는 방식, 객관식 선택형 시험 방식입니다. 이러한 시험 방식은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권장하고 있는 적극적, 비판적 사고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K-12 교사들은 학교 시험이 학생들의 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Educational Policy 1994년 자료에 따르면, 현행 시험을 신뢰하는 교사들은 전체의 3%에 불과합니다.

학력 위주의 사회(Meritocracy) 내에서 평준화 시험이 감당하는 역할에 대한 타당성, 공정성, 효용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일정하게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많은 교육관계자들은 평준화 시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몇몇 교육 개혁가들은 학생들의 교육적인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도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대안적인 움직임들은 종종 실질 평가(Authentic Assessment) 혹은 수행 평가(Performance Assessment)라는 명목 하에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 두 개념 모두 학생들이 얼마나 시험을 잘 치르느냐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기초해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내 36개 주(州)가 1996년 가을학기부터 주 전체 학생 평가 시험에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Open-ended) 문제들, 수행 지향적인(Performance-oriented) 문제들을 포함시키기 시작하였습니다. 몇몇 대학들은 지난 수년간 SAT와 같은 표준화 입학시험을 선택사항으로 정했고, 이런 대학들의 수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Cambridge에 위치한 National Center for Fair and Open Testing(FairTest)의 통계에 따르면 SAT 등의 시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그 비중을 현격하게 낮춘 대학들이 1995년 236개였던 것이 1998년엔 281개로 늘어난 것으로 밝혔습니다. Cal State 캠퍼스들도 일정한 고교 성적을 올린 학생들에 한해서 SAT를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평준화 시험이 계속해서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주된 이유는 우선 미국인들이 지능 평가에 굉장히 매혹되어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 특히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서 미국인들은 IQ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럽을 포함한 다른 산업 국가들은 대학 입학시험을 주로 에세이 테스트로 치릅니다. 에세이를 통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입증하는 방식입니다.

미국 문화가 현재적인 성과 자체보다는 잠재적 능력에 과도하게 가치를 두고 있는 점 역시 시험 점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영재 학생이란 실질적인 지식을 가지고 가치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학생이 아니라 재능 테스트에서 놀라운 점수를 올리는 학생, 그래서 앞으로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의미합니다.

평준화 시험이 비용 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평가 방식이라는 생각 역시 미국인들이 시험 점수에 대한 과도한 애착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다른 방식의 평가를 실행하는 것보다 평준화 시험의 비용이 저렴합니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대적인 비용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교사들은 시험공부를 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합니다. 학생들이 실제로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을 준비하는 데에 할애할 시간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이것은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사회적 손실입니다. 평준화 시험의 비용은 소위 ‘기회 비용’(Opportunity Cost)의 측면에서 보아야 합니다. 평준화 시험을 치르는 표면적인 비용이 저렴하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국가적 손실을 따져보면 평준화 시험이 비용 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평가 방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계산인가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시험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 시험에 대한 집착이 우리 아이들을 너무 강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아닌가? 시험은 우리 모두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것인가? 과연 시험 문화는 계속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에 미국의 시험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반성과 대안 모색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국 학교에서 평준화 시험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평준화 시험의 타당성, 공정성, 효용성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일, 궁극적으로 시험 점수로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미국식 문화에 대한 비판적 반성은 바른 교육, 그리고 우리 자녀들의 참된 행복을 위해서 참으로 소중한 노력이 될 것입니다.  

 
 







이현호 기자 Reporter@USAeduNews.com


출처: 미주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