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공부 말리는 교사와 학부모들 늘어
학교 공부로 인한 학생들의 스트레스 심각
불빛을 희미하게 해 놓은 교실에서 열 한 명의 학생들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경직된 안면근육을 풀어주고 복부를 편안하게 하고 눈은 발바닥을 응시합니다. 워싱턴의 한 고등학교에서 볼 수 있는 이 풍경은 방과 후 활동으로 하는 요가 클래스가 아닙니다. 공부에 찌든 학생들이 긴장과 피로를 풀고 쉬엄쉬엄 가도록 하기 위하여 이 학교의 일부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고안해낸 프로그램입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워싱턴 지역의 여러 우수한 학교들이 이처럼 오히려 학생들이 너무 공부에만 몰두하지 않도록 돕는,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소개하였습니다. 이 신문에 의하면, 국가들끼리 무기 경쟁을 하듯 다른 학생들보다 하나라도 더 많은 AP 클래스를 들으려고 경쟁하는 여러 고등학교에서,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학생들의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오히려 공부를 말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AP클래스 대신에 아너
클래스를 택하도록 권하고, ‘숙제 없는 주말’을 제정하고, 지나치게 빡빡한 수업과 방과 후 활동 대신에 숨을 돌려가며 소화할 수 있는 느슨한 일정을 제시하고, 공부하라는 잔소리 대신에 명상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온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오늘날은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고 학부모들, 카운슬러, 교육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십대들은 학교 공부와 대학 지원서가 자신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고 푸념을 일삼으며 살아갑니다.
워싱턴포스트지, 카이저 재단, 하버드대학이 공동으로 주관한 2005년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 전체 청소년 중 58%가 “학교가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하여 심각하게 고생하는 빈도수가 높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미국 전체에서 27%인데 비해 워싱턴 지역의 청소년은 약 35%나 되었습니다. “AP코스를 남보다 더 많이 택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람들이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오늘날의 교육시스템이 우리를 산 채로 집어삼키고
있다”고 이 지역의 한 고등학생은 탄식을 토해냅니다.
워싱턴 지역의 Whitman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주간 명상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명상 교사가 일련의 호흡 훈련을 가르쳐주고, 학생들은 이 호흡법을 통해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가집니다. 이 60분간의 시간만큼은 공부와 숙제, 과외활동과 그밖에 십대로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이며, 지친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이 학교의 상담 디렉터인 Fran Landau는 “우린 지금 사람들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신경증환자보다 자신의 관심과 실력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는 균형 잡힌 학생을 키우는 것이 더 훌륭한 교육이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학교 분위기를 바꾸고 있는 중”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지난 가을, 같은 지역의 사립 여학교인 Holton Arms는 수업 외 시간에 교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주중에 개인적인 관심사를 추구할 수 있는 시간을 대폭 늘렸습니다. 또한 학부모들로 하여금 대학을 고르는 일을 11학년 때까지 연기하도록 권면하기도 했습니다.
이 지역의 한 중학교 역시 숙제 없는 주말을 제정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요령을 가르쳐주는 워크숍을 열고, IB 프로그램을 실행하라는 교육구의 압력을 거절하였습니다. 이 모든 조치들은 학생들에게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되도록 주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여러 학교들의 이러한 노력을 곱지 않게 받아들이는 학부모들과 학생들도 물론 있습니다. 한 학생은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AP과목을 몇 과목 더 신청하기도 하고, 어떤 부모는 자녀를 명상시간이 없는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워싱턴 지역 학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호응을 받고 있으며, 일류대학 진학에 혈안이 되어 있는 현실에서 참교육의 의미를 새로이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현호 기자 Reporter@USAeduNews.com
출처: 미주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