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대 거는 대기자 명단
대기자 명단 오른 학생수 예년보다 훨씬 많아
LA 타임즈는 대부분의 대학이 운영하는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학생 수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 말은 그만큼 마지막 기대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간지대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그저 일말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의 애간장만 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한 달이 그리 홀가분하지만은 않습니다.
여러 대학이 올 들어 더 긴 대기자 명단을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등학교 졸업 연령층의 인구증가에 따라 그만큼 우수한 학생들의 수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적인 이유는 대기자 명단이란 것이 대학이 설정해 놓은 등록학생 수를 맞추기 위한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노련하고 경험이 많은 대학의 입학관계자라도 합격한 학생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실제로 그 대학을 최종 선택해서 등록할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인터넷 전형이 실시된 이후 원서를 넣는 대학의 수도 늘어나고 합격통지서를 받는 대학의 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어느 한 대학에 최종 등록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는 것이 대입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만큼 대학들은 목표로 세워놓은 등록학생 수가 채워질 가능성을 점치기 힘겨워졌고, 그래서 만약을 위해 더 많은 지원자를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물론, 대기자 명단이 길어졌다고 해서 그만큼 대기자에서 최종 합격자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보는 것은 속단입니다. 예년보다 더 긴 대기자 명단을 유지함으로써 대학 측은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지만, 대기자들 사이에는 그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LA의 로욜라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Bennett Duval은 10개 대학에 지원해서 그 중 절반인 5개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습니다. 합격한 대학들을 놓고 고심 끝에 그는 최종적으로 UC Santa Barbara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대학이 집에서도 적당한 거리에 있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그 대학에 가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Bennett는 UCSB에 입학해 경제학을 전공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UCSB에 대한 꿈을 한껏 부풀려놓은 Bennett에서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Boston College에서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다는 통지를 받은 것입니다. 그가 가장 가고 싶었던 대학 중에 하나인 BC에 일말의 가능성이 비춰졌고, Bennett는 다시 혼란에 빠졌습니다. UCSB에 이미 100불의 기탁금(Deposit)을 걸어 놓은 상태지만, BC에 허락되기만 한다면 그까짓 100불은 기쁜 마음으로 날려버릴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 졸이는 기다림의 계절이 다시 그에게 시작되었습니다. “친구들은 이미 진학할 대학을 결정해놓고 느긋하게 12학년의 마지막을 즐기고 있는 때에 다시 대기자 명단에 기대를 걸어놓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이 정말 힘겹다”고 Bennett는 심경을 토로합니다.
Marlborough School의 12학년인 Joanna Lee는 7개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그중 Brown에 진학하기로 결정하고 합격을 수락하는 편지(Commitment Letter)를 보냈지만, 아직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는 Columbia 대학에 남아 있는 일말의 미련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일 Columbia에서도 합격통지서를 받게 된다면 두 대학이 제시하는 장학금이나 재정 지원 조건을 고려해 최종 결정할 작정입니다.
이미 아이비리그 중 한 대학에 합격한 Joanna는 무작정 대기자 명단에서 구출될 것을 기다리는 다른 친구들보다는 훨씬 느긋한 입장입니다. “무조건 한 학교에만 마음을 주지 말라. 요즘 갈수록 대입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어느 한 대학만 고집한다면 그만큼 실망이 클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Joanna가 후배들에게 던지는 충고입니다.
한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경쟁률이 높은 일류 대학들 중 3분의 2가, 전체 대학들 중 3분의1이 대기자 명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기자 명단을 유지하는 대학들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예년보다 긴 명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하지만 대기자에서 합격자로 탈바꿈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일류 대학으로 손꼽히는 학교들이 2006년도에 대기자 명단에서 최종합격자로 선발한 수는 12.5%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사정은 학교에 따라 전혀 달라집니다. 프린스턴은 지난 2년간 대기자 중에서 단 한 명도 합격시키지 않았습니다. 올해 792명의 대기자 중에서 과연 몇 명을 최종 선발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미국 내의 대학 등록 트레이드는 5월 중순에 일어나며, 대학 입학의 마지막 지각변동의 관건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대기자들 중에서 과연 몇 명을 추가로 선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대학들에 추가로 합격한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기존의 합격통지서를 휴지통에 버릴 것이고, 그러면 이 학생들을 잃어버린 대학들이 자신의 대기자 명단에서 추가 합격자를 발표할 것이고, 그러면 또 다른 대학들은 그만큼의 결원을 대기자 명단에서 보충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5월 지각변동으로 인해 더 우수한 학생을 놓치지 않으려는 아이비리그 아래 수준의 대학 관계자들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피를 말리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학 입학 전쟁, 그 결말이 빨리 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현호 기자 Reporter@USAeduNews.com
출처: 미주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