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명문대의 아시아계 학생 급증
UC 버클리 “언덕 위의 작은 아시아”로 불려
미전역의 명문 대학들에서 갈수록 증가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비율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UC버클리의 경우, 아시아계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학부생의 41%에 육박하고 지난 2006년도 가을학기에는 신입생 중 46%를 차지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런 아시아계 학생들의 급증이 새로운 인종별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도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있어서 실력으로만 따지자면 더 많은 증가율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UC 버클리의 경우에는 “언덕 위의 작은 아시아”(Little Asia on the Hill: 버클리시가 언덕에 위치해 있음)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캠퍼스 내에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넘치고, 캠퍼스 밖에는 이 학생들을 위한 아시아풍의 식당과 카페와 클럽들이 즐비합니다. 캠퍼스 안팎의 여기저기에서는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영어가 아닌 언어들로 대화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UC버클리는 그야말로 지구촌 시대의 지구촌 캠퍼스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UC버클리에서의 아시아계 학생 급증 현상이 더욱 놀라운 것은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 중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12%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비율도 미국 전체 평균의 두 배나 되는 수치입니다. 캘리포니아가 상대적으로 많은 아시아인들의 거주지임에는 틀림없지만, 12%의 인구가 그 주의 가장 대표적인 공립대학에서 절반에 육박하는 학생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입니다. UC버클리를 제외한 나머지 9개의 UC 캠퍼스에서도 역시 아시아계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7%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시아계 너무 많다?
흔히들 대학의 목표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와 경제적 기반에서 자란 다양한 학생들이 다양한 견해를 함께 나누면서 교육적인 경험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시아계 학생들의 급증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는 사람들은 캘리포니아의 인종적 다양성은 아름다운 현상이지만, 캘리포니아의 여러 대학에서는 오히려 역동적인 인종 구성이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학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에서 인종적 편견을 금지하여 인종별 균형을 꾀할 목적으로 발효된 Proposition 209가 10년 전 통과된 이래 대학에서는 오히려 아시아계 학생들의 급증으로 인해 인종별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능력(실력) 위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적-교육적 기반이 약한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UCLA의 경우에도 5천명 가까이 되는 2006년 신입생 중에 흑인은 단 100명에 불과했으며, 이는 지난 33년간 최저치입니다. UC버클리의 경우, 흑인 학생의 비율이 3.6%로서 주 전체 비율의 절반도 못 미치는 비율입니다. 히스패닉 신입생은 11%로서 역시 주 전체 비율(35%)의 1/3에도 못 미치는 비율입니다. 백인 학생의 경우 역시 주 평균(44%)에 훨씬 못 미치는 29%의 학생들이 UC버클리에 재학 중입니다. 이런 수치들은 아시아계 학생들의 약진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그만큼 다른 인종 학생들이 UC캠퍼스 내에서 얼마나 위축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U. S. News & World Report가 선정하는 대학 순위에서 공립대학 중에는 항상 최고를 차지하는 UC버클리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학교성적과 시험성적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약진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4,157명의 신입생을 뽑는 2006년 입학사정에서 4만 명이 훨씬 넘는 지원자가 몰리고 절반 이상의 합격자가 GPA 4.0 이상인 학교를 흑인이나 히스패닉 출신의 학생들, 심지어는 백인들조차 입학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입니다.
미국 전체의 명문 공,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전체의 아시아계 인구는 5%에도 못 미치지만, 여러 명문대에서는 10-30% 이상의 자리를 아시아계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카네기 멜론과 스탠포드에서는 24%, MIT에서는 27%, 예일과 프린스턴에서는 각각 14%, 13%를 아시아계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급증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은 “아시아계 학생들은 부모에 의해 수학과 과학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도록 프로그래밍 된 반(半)로봇”이라고 비아냥거릴 정도입니다. “아시아계 학생들은 혼자 도서관에 박혀 공부만 하든지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든지 하며, 수업시간에는 말이 별로 없고 교수의 권위에 지나치게 주눅 들어 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성적은 높지만, 도전하고 토론하고 개척하는 대학 본연의 정신에 걸맞지 않는 모범생, 공부벌레들이어서
역동적인 대학 문화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것입니다.
실력대로 하자?
그러나 인종적 중립 입학사정정책을 주창하는 이들에 의하면, 아시아계 학생들이 명문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고 또 계속 높아지지만 이들에 대한 소리 없는 인종차별은 여전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그런 차별이 없다면 아시아계 학생들의 실력으로 볼 때에 이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 확실하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미 교육부 산하 Office of Civil Rights의 몇몇 관계자들은 각 대학마다 입학사정 관계자들이 “인종별 할당제(Quotas)를 결코 적용하지 않으며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을 기대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엘리트 대학들이 지원자의 성적뿐만 아니라 경제적, 교육적 여건 및 지원자의 장래 가능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입학사정을 하는 소위 ‘Total Package’를 명분으로 성적이 탁월한 아시아계 학생들을 은연중에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가 선도한 Proposition 209가 현재 미국 내의 다른 주에서도 계속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력이 출중한 아시아계 학생들을 여러 가지 다른 명목으로 차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이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UC버클리의 총장 Robert J. Birgeneau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공립대학 중의 하나인 이 대학 캠퍼스에 인종별 분포가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는 가능하면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를 창출해 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는 능력 위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만일 아시아계 학생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70%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이들의 수를 줄이려는 시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UC버클리에서 이처럼 두드러진 아시아계 학생들의 급증이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을 위축시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학교에서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한 흑인 학생은 “이 학교에 재학한 지난 2년간 들어가는 강의실마다 흑인은 나 하나뿐이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래서 흑인이나 히스패닉 출신 중 우수한 학생들이 UC버클리를 피해 스탠포드나 다른 명문대학으로 진학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시아계 학생들 사이에서도 같은 인종의 학생들이 너무 많은 것이 싫어서 다른 학교를 선택하는 예도 없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버클리 언덕 위에서의 생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진정한 다양성을 만들어가야
아시아계 학생들이 너무 많아 인종적 다양성을 헤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UC버클리의 역사학부 교수인 David A. Hollinger는 아시아인들이 다 똑같지는 않으며 그들 중에도 다양한 문화가 있다고 반박합니다. 인종별로는 아시아계 학생으로 구분되지만, 그들 중에는 중국인, 한국인, 인도인, 파키스탄인, 필리핀인, 일본인 등이 있으니 그야말로 문화적 다양성이 거기 있다는 것입니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버클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도 그것은 더욱 풍성한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현상이니 전혀 비판할 일도 염려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 Hollinger 교수의 주장입니다. 그는 잠재력이 있는 저소득층 및 교육수준이 낮은 가정 출신 학생들의 실정을 고려하는 것은 중요한 사정정책이지만, 대학이 그러한 사회적 현상까지 치유할 능력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은 대학 본연의 임무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으므로, 흑인 및 히스패닉 학생들의 저조한 입학률을 끌어올릴 방도를 대학당국에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그의 입장입니다.
아시아계 학생들의 급증 현상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을 극복하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할 뿐만 아니라 대학과 미국 사회에 참되게 기여하는 길은 아시아계 학생들 자신의 과제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친구도 모르고 성적밖에 모르는 따분한 공부벌레라는 오명을 씻고 보다 적극적인 공동체성과 사회성과 리더십을 발휘하면 할수록 아시아계 학생들의 증가에 대한 비판은 그 기반을 잃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진정으로 현명한 행동이 기대됩니다.
이현호 기자 Reporter@USAeduNews.com
출처: 미주교육신문